11시간 정도를 비행기를 타고 가서 다음날 2013년 10월 25일 뉴질랜드에 첫 발을 내딛었다. 두려움 반, 설레임 반으로 낯선 땅에 도착하니 비가 내리고 있었다. 오클랜드 공항 맥도날드 앞에서 약속대로 우리를 도와 줄 한국인 마케팅 담당 일을 하는 지인을 만났다. 그 자리에는 지인과 함께 일하는 한국인 이민법무사와 함께 동행해서 우리를 마중나왔다. 이민법무사는 뉴질랜드에서 공인된 자격으로 유학과 이민 관련된 일을 전문적으로 처리를 해준다.
법무사님의 차를 타고 미리 준비된 숙소로 향했다. 뉴질랜드의 주거 형태는 쉐어 하우스인 Flat, 원룸인 스튜디오, 주인집이 있고 따로 독립된 공간으로 방과 욕실, 주방등을 모두 갖추고 있는 인컴하우스, 그리고 독채로 렌트를 하는 렌트하우스가 있다. 우리나라는 월세나 전세, 매매로 집을 구할 수 있지만 뉴질랜드는 월세와 전세는 없고 주세와 매매만 있다. 전세 개념 자체가 없다. 급여도 대부분 주급으로 나오기 때문에 매매가 아닌 경우는 주세를 내는 것이 보편적이다.
당시 오클랜드는 뉴질랜드 인구의 거의 1/3이 살고 있었고 중국인들이 부동산 값을 엄청나게 올려놓아 집값이 지금의 서울 못지않게 높았다. 오클랜드 내에서는 집을 살 수가 없었고 우리나라 전문대학과 유사한 직업학교에 다녀야 했기 때문에 오클랜드를 벗어날 수도 없었다.
우선은 다니게 될 학교 옆에 아파트에서 Flat으로 시작을 하게됐다. 이곳은 지인이 미리 집을 구해 놓은 곳이었다. 평수는 대략 20평이 조금 넘어보였고 방이 두개 있고 화장실 하나에 거실과 주방이 있었다. 방 하나에는 워킹홀리데이로 온 20대 여성 두 분이 있었고 다른 방에는 아내와 내가 머물 곳이었다. 거실에는 집주인은 따로 있고 집을 렌트한 남자분이 거실 한쪽에 파티션을 세우고 지내고 있었다. 그는 시민권자이고 직업이 따로 있었는데 과거에는 유학원을 하면서 뉴질랜드 학교와 유학생들을 연결해주고 커미션을 받았다고 했다. 초기에 뉴질랜드에 정착하는데 그에 조언이 많은 도움이 됐다.
어째든 Flat으로 들어온 첫 날은 문화 충격이었다. 쉐어 하우스 형태로 집을 구해놓을 거라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막상 직접 와서 보니 이 좁은 곳에서 모르는 사람들과 개인 공간 없이 지낸다는 것이 상당히 당황스러웠다. 아내도 각오는 하고 왔지만 막상 접하게 되니 현실을 받아들이는 게 쉽지 않아 보였다. 오클랜드의 가장 중심가인 소위 시티라고 불리우는 곳이라서 대부분이 그렇게 살고 있었다. 대부분의 유학생들의 모습이었다. 그 작은 방 하나를 빌리는 값이 한 주에 무려 250달러 였다. 당시 환율이 830원 정도 이었으니 대략 일주일에 20만원이고 월세 80만원이 조금 넘는 돈이었다.
일단은 적응 할 동안은 이 곳에서 지내기로 하고 마음을 가다듬었다. 쉐어 하우스에 있는 친구(?)들과 인사를 나누고 휴식을 취하고 저녁에는 거실 남자분의 주도로 작은 환영회가 열렸다. 와인과 치즈와 함께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고 그들이 이야기를 들으며 참 다양한 사람들과 다양한 삶의 방식이 존재한다는 것을 느끼고 조금씩 현실을 받아들였다. 이런 경험도 나쁘지는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언제 이런 경험을 해보겠는가? 라는 생각이 나의 당황스러웠던 마음을 진정시켰다.
피곤했던 하루를 마치고 다음날이 되었다. 지인과 함께 시티 구경을 했다. 아파트 밖으로 나오니 당연한 이야기지만 모두가 외국인이었다. 물론 외국에 가본게 처음은 아니지만 여행이 아닌 삶의 터전으로 왔다는 생각 때문인지 이들과 부딪히면 살아가야 한다는 생각에 설명하기 힘든 여러가지 복잡 미묘한 마음이 들었다.
내가 다녀야 할 학교는 걸어서 1분 거리 였다. 학교의 외관만 보고 중심가인 퀸스트리트와 그 주변을 관광온 사람처럼 호기심어린 눈빛으로 돌아다니며 지인의 설명을 들었다. 이곳은 어디고 무슨 건물이고 맛집은 어디고 많은 이야기를 해주셨지만 귀에 들어오지는 않았다. 주변 지리를 대략적으로 익히고 다시 돌아와 짐 정리를 하고 충분한 휴식을 취했다. 다음날은 학교에 가서 등록을 하고 본격적으로 뉴질랜드 물리치료사 도전의 첫발을 내딛는 내 개인적으로 역사적인 날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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